" 불만 있어요? 내가 무어 잘못했나? 아니면 그 쪽이 어디 불편하신가 보지, "
무쌍커풀에 살짝 아래로 쳐진 눈, 그리고 제법 흰 피부는 놈의 인상을 흐릿하게 했다. 평소 굳게 다물고 있어 곧고 붉은 입술선은 남 보기에 무뚝뚝하다고 느껴질만 했지만, 놈과 꽤나 친한 동료들은 그 작은 입술이 열리면 얼마나 조잘대는지 알고 있었다. 안 그렇게 생겨서는, 곧잘 빙글빙글 웃기도 하는데 그게 참 생화(生花) 사이에 미묘하게 섞인 조화처럼 느껴지더라. 그건 아마 자연스럽지 못해서였겠지. 자연스럽게 웃어볼라 하여도 좀처럼 그게 잘 안되더라고. 아무래도 제가 웃는 상은 아니었는가 보지. 아무튼 웃는 얼굴보다는 가만 무표정 짓고 있는 게, 그 조막만한 얼굴에는 잘 어울리더라.
안 그래도 흐릿한 인상, 그 머리 때문에 더 그렇지 않은가 싶다. 좀 잘라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길어진 앞머리는 제 눈을 아프게 찔렀고 잦은 야근과 출장으로 관리하지 않는, 실은 별 관심이 없다고 보는게 맞겠지만, 그 머리는 제법 푸석푸석하다. 그래도 빗질을 하기는 하는지 뻗치지는 않는 것 같고. 머릿결이 개털 같다는 게, 그 놈의 자주 염색하여 물들이는 취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놈의 머리는 꽤 옅게 노오란 빛 도는 회색계열. 탈색을 얼마나 한 거야.
장신구를 즐겨하지는 않았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 시커먼 시체가 뭐 하나 더 달고 있어봤자 무어 하겠어. 그래도 제 왼쪽 귀에 제 형 유품, 검은색 귀걸이는 하고 있는가 보다. 달리 빛나는 장식도 없고 눈에 띄는 디자인도 아닌데, 항상 그게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 다른 짝은 잃어버려 없는지 달고 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없고. 장신구 즐겨하지 않는다던 게 제 옷 입는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사복을 꽤나 단정하게도 입는다. 셔츠 단추는 꼭 목끝까지 채우곤 하며, 가지고 있는 옷 색깔도 대부분 무채색, 단색이었으니 제법 노는 성격과는 다르게 심심하게 입는다고 동료나 상사들에게서 자주 듣는 것 같다. 그러나 적어도 외투는 헐렁하게, 어깨에 걸치듯 입는 것 같더라.
176cm, 57kg. 그 키에 그 몸무게라니, 꽤 마르지 않았나 싶다. 팔도 다리도 사내놈 치고는 꽤 가는 편이었고. 그렇게 뛰어다니면서, 밥이란걸 제대로 챙겨먹지를 않으니 찔리가 있나. 그렇다고 살 잘 안 붙는 체질은 아니었는데, 바빠서 못 챙겨먹어 살 빠졌다는 게 맞는 말인 것도 같다. 저는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듯. 그래도 그렇게 몸 굴리는 일이 많은데, 안 먹어서 되겠니. 그래서인지 한 번 먹을 때는 또 무지막지하게 먹고, 운동을 슴관처럼 하는 듯 싶지만. 그거, 별로 몸에 안 좋을텐데.
이름 : 사이온지 타쿠토 (西園寺 拓人)
나이 : 26세
성별 : 남
키/몸무게 : 176cm / 57kg
쿠인케 타입 : 린카쿠 (스피어¿)
무거운 건 싫어, 이왕이면 다루기 쉬운 거였으면 좋겠어. 그래서 선택한 것이 창 형태의 린카쿠. 자세한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제게는 린카쿠 쿠인케가 맞겠다 싶었는지 그걸 선택했다더라. 제 쿠인케 이름은 '스피어(spear)' 였던가, 영어로는 그냥 창이라는 뜻이라지. 생각하기 귀찮아서, 그리고 딱히 이름 붙이는 것에 집착하는 성격이 아니라 대충 붙인 듯. 좋잖아, 무엇하러 길게 하니.
사실 창이라기보다는 칼에 더 가깝다지. 그 길이가 제 키보다 컸는데 날이 그 중에 절반은 좀 넘게 차지했다. 그게 또 칼이라기에는 제법 두꺼워서, 제 얇은 팔목과 비슷하다던가. 제가 베기보다는 찌르는데 많이 사용해서, 창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만. 크게 한 방 날리는 것보다는 누구 옆에서 보좌하면서 구울에게 잘게, 하지만 조금 치명적인 상처를 내는 듯. 혼자 전투하는 것은 꽤 무리가 있어보인다.
직급 : 일등수사관
성격 :
긴 목의 걸인 여자─
나는 자유예요 당신이 얻고자 하는
많은 것들과 아랑곳없는 완전한 폐허예요
_ 김선우, 사랑의 거처
그 입, 어찌나 나불거리는지. 가끔 상사에게도 장난을 치는 걸 보면 내일 없이 산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내가 무얼 어떻게 하든 자유지, 다 내 마음대로야! 차분하게 생겼으면서 시도때도 없이 그 어색한 웃음, 입가에서 떨어지지를 않으니 다 큰 어린애나 다름이 없다. 조잘조잘조잘조잘, 밥은 먹었니? 서류는 올렸고? 뭐 안 먹을래? 나는 안 먹을 거지만. 물어보지도 않은 걸 물어보면서 저 불편해지면 능숙하게 발을 빼내어 멀찍이서 웃는 모습을 보면 당하는 사람은 참 난처하고, 그렇다더라.
그래도 가끔은 무표정으로 있는 것 같기도 하더라. 그것도 막연히 혼자 있을 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 많을 때, 길거리나 지하철이나 회식 자리에서 이리저리 사람에 치일 때. 그럴 때 더 얼굴 근육이 굳는 모양인가봐. 대인공포증인가? 고 성격 보아하니 그런 건 아니었고. 그냥 피곤해서, 사람 냄새에 피곤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여러 사람이 말 걸어올 때 보이는 힘없는 웃음이 왠지 더욱 자연스러워 보여서. 메마른 웃음. 그런 게 어울리는 사람일까.
얘야, 꽃을 꺾었구나. 가지고 이리와 보렴. 꽃의 무덤을 만들어 줘야지
_ 정재학, 죽음은 계속 피어나고
그 장난스러운 성격이 아이들 놀아주기에는 맞는 걸까, 어린 아이들과 죽이 잘 맞는 듯. 유치원 선생님을 해도 됐겠어. 놀 때는 놀더라도 가르칠 때는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걸 보면 그 모습 참 부드러운 엄마 같기도 하고. 화를 내더라도 아이들 귀엽다고, 큰소리로 다그치는 일도 없으니 예전에는 회사에서 여자 상사들 애를 본 적도 있는 것 같다.
가르칠 때 조곤조곤 이야기한다는게, 아이에게만 그런 것도 아니다. 동료나 후배, 때로는 상사에게도 무엇 진지하게 말할 때는 경망스런 어투가 나긋나긋하게 바뀌는 것도 같으니, 원래 목소리도 부드러워 듣기 좋은 편이라 가만히 듣고 있기에 딱 좋다. 어떻게 저런 목소리를 가지고, 그렇게 장난을 쳐대는지. 그 놈 성격 좀 부드러웠으면 참 인기 많았을텐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멈춰 서면
뒤돌아보는 시야만큼 공간이 생겨난다.
_ 차주일, 그리움, 그 뻔한 것에 대해
장난을 자주 친다고,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을 그리 쉽게 내뱉는다고 사람마저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보면 장난을 쳐도 어느 선을 긋고 그 이상 넘지는 않았던 것 같아, 장난 치다가도 쉽게 발을 내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겠지.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친한 사람 많아 보여도, 다들 고만고만 말 붙이기에 쉬운 사람들 뿐이었지 살 맞댈 사람도 없었고 저를 그렇게 친근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아냐, 친근히 생각하는 이는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저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제게는 다 같은 사람이었을 뿐이라는 것.
그렇게 제 주변은 메말랐다.
특징 :
1. 대책국 내에서 수사관 외투는 헐렁하게 걸치고, 아니면 질질 흘러내려 끌고다니면서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으로 유명. 키도 그리 큰 편은 아니고, 몸집도 왜소해 정장 차림새가 아니었다면 왠 고등학생이냐고 경비한테 잡혀갈 것도 같다.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었나보지, 언젠가 지각해 사복 입고 왔던 날.
1-1. 상사에게 그리 깍듯하게 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아주 성격이 제멋대로라고 욕도 많이 먹는 듯. 어쩌라고, 내가 안 하고 싶은 건 안 해. 시키지 마. 특히 커피 타오라고 시키지 마.
1-2. 때때로 제 자리에서, 혹은 사람 없는 곳에서. 혼자 웃는 연습을 하는 걸 본 사람이 몇 있다더라. 괴이하게 활짝 웃다가 무표정으로 돌아가 제 얼굴 매만지고, 이번에는 빙긋 웃다가 축 늘어지는 모습이 참 미친놈 같아서, 저거 사이코 아니냐고, 미쳤다고, 이상한 소문 참 많이 붙어 다니더라.
2. 전투할 때는 특유의 그 능글거리는 웃음 지우고, 진지하게 임하는 듯. 그래도 촐싹대다 죽기는 싫은가 보지. 죽어서도 입이 나불거릴 것 같다고 언젠가, 초보 수사관일 적 상사에게 구박을 들은 이후로 전투할 때는 말이 없다.
2-1. 시킨 건 잘 해, 안 시킨 건 안하고. 안 시켰는데 내가 왜 나서서 해야하지. 주어진 임무만 착실하게 수행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 어디서 동료가 위험에 빠졌다느니 소식이 들려와도 절대 도우러 달려가지는 않는다. 그것도 임무 내려받으면 쫓아가겠지만, 아무튼 제 발로 움직인 적이 없어.
2-2. 혼자 전투하기보다는 여럿이서 전투하는 것에 맞는 성격. 협동심, 그딴 건 아냐. 제 전투스타일, 무기 성격이 그랬을 뿐이지. 사실 남과 호흡 맞추는 건 지독히도 귀찮아한다. 전투하면서 그리 입 열고 싶지는 않거든.
2-3. 냉정하게. 먼저 이성 잃는 쪽이, 지는 거야.
기타사항 :
0. 930707 / 게자리 / 루비, 사랑과 평화 / B형
1. 사지 멀쩡하게 살아계신 부모님, 그리고 죽은 형 하나.
1-1. 형 죽었다는 걸 그렇게도 덤덤히 말하더라. 응 죽었어, 형. 그런데 그게 왜? 오히려 빙글빙글 웃으면서까지 말하는 걸 보니 듣는 사람에게 꼭 장난치는 것 같기도 하였고.
1-2.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다. 어머니는 수학, 아버지는 국어인가 윤리인가, 아무튼 머리 아픈 과목이라고 하던데. 두 분 성격이 서로 정반대야, 어떻게 결혼까지 골인하셨는지는 자식들이 보기엔 모를 일이다.
2. 먹는 것에 그리 집착하지는 않는다. 먹기 위해 산다기보다는 살기 위해 먹는다는 느낌. 때문에 회식 자리에서 술도 즐겨 마시지 않고, 다만 성격에 맞지 않게 구석에서 음료수 홀짝대거나 고기만 묵묵히 먹는 편. 주변이 시끄러울 때면 혼자 무어 생각이라도 하는지 꼭 말이 없더라.
2-1. 그래도 좋아하는 음식 없겠는가. 꼬치구이, 꼬치류 음식을 퇴근길에 자주 사먹곤 하는 걸 보니 그런 거 좋아하나봐. 가끔 동료에게 이거 꼭 구울을 꿰어 놓은 것 같지 않느냐고 징그러운 농담을 던지기도 하는데, 하필이면 제 쿠인케도 창같은 모습이었으니, 저거 싸이코 아니냐는 소문도 종종 귀에 들리는 듯하다.
3. 좋아하는 것; 돈, 책, 낮잠, 집에서 푹 쉬는 것.
3-1. 돈만 주면 뭐든 다 할 수 있어. 어쩌면 제 몸을 팔지도 모르지. 그래도 제 몸 판 적은 없으니 걱정 말아요, 나도 내 몸은 소중해.
4. 싫어하는 것; 구울, 쓸데없이 매사 진지한 사람, 제 몸 사리지 않고 막 달려드는 무식한 놈들, 짜증나는 상사, 요리.
4-1. 요리는 젬병. 제 손에 절대 부엌만큼은 맡겨선 안된다. 새까맣게 타 없어져 있을지도 몰라, 부엌이. 어쩌면 밥 잘 챙겨먹지 않는 게 그 탓도 있는 것 같네. 그래서인지 이상형은 요리 잘하는 사람.
5. 저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반말 섞인 존대를 하곤 했는데. 가끔 웃어른이 보기에 고 놈 비아냥거리는 것 같아 짜증나는 것 같기도 하고. 놀려 먹기 좋아하는 성격 때문인지 그 말투 참 거슬리더라.
5-1. 누군가를 친근하게 누구누구쨩이라거나, 별명을 부르지는 않는다. 말로는 그렇게 사람을 놀리면서 꼬박꼬박 성을 부르곤 하는 모습이 어쩐지 적당히 선은 지켜서 거리를 두겠다는 건지 무언지.